<아브라함의 믿음>
2026.09.23 22:24

(21:17) 하나님이 그 어린 아이의 소리를 들으셨으므로 하나님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하갈을 불러 이르시되 하갈아 무슨 일이냐 두려워하지 말라 하나님이 저기 있는 아이의 소리를 들으셨나니
(21:18) 일어나 아이를 일으켜 네 손으로 붙들라 그가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하시니라
(21:19) 하나님이 하갈의 눈을 밝히셨으므로 샘물을 보고 가서 가죽부대에 물을 채워다가 그 아이에게 마시게 하였더라
(창세기 21:17-19)
광야에서 하갈은 아이를 바라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가죽부대의 물은 떨어졌고, 눈앞에는 아이를 살릴 방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갈은 아이를 관목 아래에 두고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아이의 죽음을 지켜볼 수 없다는 어머니의 마음이 그 거리에 담겨 있는 듯합니다.
그 순간 하갈에게 세상은 메마른 광야처럼 보였습니다.
사랑하는 아이가 곁에 있는데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두려움은, 자신의 목마름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바로 그곳에서 “아이의 소리를 들으셨습니다.
하갈이 울고 있을 때에, 아이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고통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멀리 앉아 있는 어머니의 절망도 아시고, 관목 아래 누워 있는 아이의 소리도 들으셨습니다.
사람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광야가 하나님의 귀에는 너무 먼 곳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사자는 하갈의 이름을 부르시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이 말씀은 하갈의 처지가 어렵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물이 떨어졌다는 사실도, 아이가 지쳐 있다는 사실도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하갈이 볼 수 없는 곳에서 하나님이 이미 아이를 듣고 계신다는 사실이, 그 절망 속에 새로운 길을 엽니다.
하나님은 이어서 “일어나 아이를 일으켜 네 손으로 붙들라”고 하십니다.
미래에 그 아이가 큰 민족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지금 하갈이 해야 할 일을 말씀하십니다.
먼 훗날의 약속은 아이를 붙드는 어머니의 손에서 오늘의 순종이 됩니다.
하나님을 신뢰한다는 것은 때로 모든 길을 미리 알아내는 일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사랑하는 이를 다시 일으켜 붙드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하갈의 눈을 밝히시자 하갈은 샘물을 봅니다.
본문은 하나님이 그 순간 새 샘을 만드셨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갈이 보지 못하던 물을 보게 하셨다고 말합니다.
두려움이 마음을 가득 채우면 시선은 자꾸만 부족한 것에 머뭅니다.
떨어진 물과 막막한 앞날만 보이다가, 곁에 있는 도움이나 아직 남아 있는 길을 놓치기도 합니다.
그런 저에게 하나님의 말씀은 현실을 모른 체하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 한가운데서 다시 살펴보라고, 절망이 가려 놓은 것을 보라고 부르십니다.
엘리사의 사환이 두려움에 사로잡혔을 때에도 엘리사는 “여호와여, 원하건대 그의 눈을 열어서 보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이 그의 눈을 여시자, 사환은 엘리사를 둘러싼 불말과 불병거를 보았습니다(열왕기하 6:17).
하갈이 광야에서 샘을 본 일과 사환이 산에서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본 일은 서로 다른 사건입니다.
그러나 두 이야기에는, 두려움 속의 사람이 하나님의 도우심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나님이 눈을 열어 주신다는 공통된 위로가 있습니다.
하갈은 샘을 본 뒤 그곳으로 가서 가죽부대에 물을 채우고 아이에게 마시게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막연한 위안으로만 머물지 않고, 아이의 마른 입술을 적시는 물이 됩니다.
하갈은 열린 눈으로 샘을 보고, 자신의 손으로 물을 길어, 아이를 살립니다.
삶의 광야를 지날 때면 무엇이 없는지만 헤아리곤 합니다.
그럴 때 하갈의 이야기는 조용히 묻습니다.
“지금 네 눈에는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는 듯합니다.
그리고 제가 미처 듣지 못한 소리까지 들으시는 하나님께, 눈을 열어 달라고 기도하게 합니다.
주님, 두려움 때문에 제 처지만 바라볼 때 제 눈을 밝혀 주십시오.
이미 제 곁에 두신 도움을 알아보게 하시고, 붙들어야 할 사람을 다시 붙들 용기를 주십시오.
광야에서도 우리의 소리를 들으시는 주님을 신뢰하며, 오늘 제게 주어진 한 걸음을 걷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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